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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뱅의 길을 따라서(1) - 제네바 종교개혁자 기념 조형물과 생 피에르교회
2019-08-31 07:15:00
박재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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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번 여행의 목적지라고 할 수 있을 곳이 바로 제네바일 것입니다. 3대 종교개혁자를 꼽으라면 마르틴 루터, 츠빙글리, 칼뱅Jean Calvi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분들로 상징되는 각각의 중심 도시가 있는데, 루터는 독일의 비텐베르크, 츠빙글리는 스위스의 취리히, 그리고 칼뱅은 스위스의 제네바입니다. 우리 개혁교회는 칼뱅과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의 영향을 받아서 이루어진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네바와 취리히는 개혁교회, 특히 장로교의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신학을 공부하면서 <기독교강요>를 읽고, <스위스 신앙고백서>를 배우면서 제네바를 늘 생각했지만 정작 이렇게 방문해보지 못해서 늘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오늘 제네바를 가는 것은 마치 오래 묵혀둔 숙제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제네바는 오늘날에도 칼뱅의 도시라고 부릅니다. 칼뱅이 살던 집, 칼뱅이 목회하던 생 피에르교회, 칼뱅이 설립하고 가르치던 학교, 그리고 칼뱅이 하나님 앞에 부름을 받고 묻힌 무덤까지 다 제네바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칼뱅은 워낙 청빈하게 살았기 때문에 자신의 생애에 대한 기념물을 남기지 않도록 했지만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흔적들과 기념물들이 아주 없을 수는 없습니다. 칼뱅의 생애가 기록된 제네바를 짧은 시간 안에 다 돌아볼 수 없지만, 그래도 일정상 강행군을 해서 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제네바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종교개혁자 기념 조형물Monument de la Reformation입니다. 제네바 역에서부터 이곳을 향해 걷는 동안 레만호에는 제네바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분수가 보였습니다. 기네스북에도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종교개혁자 기념 조형물을 칼뱅 탄생 400주년과 제네바아카데미 설립 350주년이 되는 해인 1909년에 착공을 해서 1917년에 완공을 하였습니다. 제네바의 구시가지인 바스티용공원에 있는 벽면을 이용해서 칼뱅, 파렐, 베자, 그리고 스콜틀랜드의 장로교 창설자 존 녹스를 중심으로 세워놓고, 그 양옆으로 종교개혁의 역사적인 연표와 종교개혁에 지대한 공을 세운 개혁자들의 모습을 새겨넣었습니다. 길이 100m, 높이 10m의 거대한 기념비입니다. 이 기념비의 맞은편에는 칼뱅이 설립한 제네바아카데미가 발전하여 만들어진 제네바대학교가 있습니다. 이 기념비만 자세히 보고와도 어느 정도 종교개혁의 연대기가 머리에 그려질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다음에 찾은 곳은 칼뱅이 목회했던 생 피에르St. Pierre교회입니다. 바젤에서, 그리고 로잔에서 그랬던 것처럼 생 피에르교회도 원래는 성당이었지만 칼뱅이 종교개혁을 하면서 목회한 후로는 제네바의 개혁교회가 되었습니다. 개혁교회가 된 후에는 가톨릭교회에서 사용하던 성상, 오르간, 제단들이 다 제거되어,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칼뱅은 처음 1536년에 제네바에 와서 이곳에서 목회하다가 불과 3년 만에 시의회와의 갈등으로 동역자 파렐과 함께 추방되어 스트라스부르로 피신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3년 만에 시의회와 교회의 요청으로 다시 돌아와 생 피에르교회에서 약 25년 동안 목회를 했습니다. 이곳에서 목회하는 동안 하나님의 은총과 인간의 책임, 믿음과 성화, 그리고 교회의 개혁을 통한 사회개혁의 책임성과 변화 등을 설교했습니다. 칼뱅의 이곳에서의 목회가 오늘날 우리가 믿고 따르는 개혁교회, 장로교회의 모습을 형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생 피에르교회를 둘러보면서 제가 관심을 갖고 자세히 살펴본 것은 칼뱅의 의자Calvin’s Chair였습니다. 칼뱅은 55세 젊은 나이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는데, 목회 말년에는 몸이 많이 쇠약해져서 설교단에 서서 설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강단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설교를 하게 됩니다. 몇 해 전 돌아가신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님께서 병약한 몸으로 의자에 앉아서 설교하던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 목사님의 설교 영상을 보면서 아릿한 가슴의 아픔이 있었는데, 칼뱅의 의자를 쓰다듬으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도 설교를 선포했을 칼뱅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감동과 아픔이 같이 밀려왔습니다목회자는, 설교자는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할 사명이 있습니다. 칼뱅의 의자를 쓰다듬으면서 스스로 다짐해 봅니다. 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어쩌면 병약해서 의자에 앉아서 해야 할 날이 올지라도 복음을 전해야 할 때에는 전해야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렇게 할 힘을 달라고 성령님께 기도합니다.

칼뱅의 목회와 정신이 묻힌 이곳 생 피에르는 칼뱅의 목회지일 뿐만 아니라 지난 500년 동안의 역사를 넘어서 우리 개혁교회의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고향을 찾아온 것입니다. 우리 청북교회가 청주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의 고향이 되는 교회를 이루고 싶다고 생 피에르교회 회중석에 앉아서 주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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